Digital & Analog- 이상은의 시간쌓기

 

나에게 작업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이 생각해 본다. 나의 20대는 작가의 길만이 삶의 전부인양 작업에 몰두하였다면 나의 30대는 결혼과 육아, 20대와는 다르게 바뀐 주위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투쟁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40대, 작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아직도 치열한 시간을 보내지만 나에게 작업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 주고 있다.

 

80년대 정치적으로 가장 격동의 시대를 보낸 386시대인 나는 아직도 거창한 사회적 문제를 작업의 주제로 삼는 동료 작가를 보면 나의 작업이 늘 무척이나 작아 보인다. 나만의 관심사 ‘시간쌓기’ 작업은 사회적 관심거리도 아니고, 떠들썩한 이야기꺼리도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시간쌓기’란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며, 하루하루 시간이 쌓여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미지로 표현해 가는 작업이다. 시간이란 주제를 사용하기에 하루하루 부딪히고 만나는 나의 경험들이 하나의 단위체로 나의 작업의 구성 단위체가 되어 진다.

 

나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선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경험들을 의미하고 이러한 나의 작업은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동안 작가는 시간 속의 경험을 의미하는 하나의 겹, 하나의 layer에서 여러 겹, 여러 겹이 쌓인 layer 층을 재구성하여 ‘시간성’을 표현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페인팅, 판화, 콜라쥬 기법, 디지털 프린트, 모션그래픽(motion graphics)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형상화하여 왔다.

 

최근 전시에서는 이러한 ‘시간쌓기’에 대한 기본 개념을 근거로 하여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아날로그적인 질감위에 디지털 프린트 기법을 얹어 입체적인 디지털 프린트(Digital+Analog)를 만드는 실험과 나의 작업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만드는 모션그래픽 작업 두 가지로 보여 주고 있다. 모션그래픽(motion graphics)을 통한 작업영역의 확대는 대중과의 소통의 문제를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한 공간 안에서 전시된 프린트와 모션그래픽은 정지된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가 부합되면서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시간쌓기Ⅰ과 Moving2006에서는 기존의 작업이미지와 동일하되 2차원 프린트에서는 정지되어 있어 볼 수 없었던 layer들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겹침에 대한 본인의 작업 주제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2006년 작가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