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아트사이드갤러리 보도자료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Pratt Institute에서 판화를 전공한 이상은의 작품전이 2000년 11월 15일 부터 12월 5일까지 갤러리 아트사이드 1층 카페에서 열립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수의 기획전과 7번의 개인전을 소화해낸 이상은은 채색 아크릴 판을 집적시킨 최근 작품에서 한결 완결된 형태로 그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1992년 첫 개인전에서는 주로 프린트와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 평면작업을 보여주었고 1993년과 94년의 개인전에서는 천을 대담하게 오려 붙여 부조에 가까운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1995년 이후의 작업들은 상당한 두께를 지닌 Formboard나 혼합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거나 순차적으로 배열하여 이상은의 기억의 바닥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험과 삶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자족적이고 내면적인 시공간체험을 가시화하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은의 이러한 작업의 전사가 이번 전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그 의미 망의 전이는 한층 심화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전 작업에서 보여 지던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유희가 억제되고, 지극히 기본적인 회화의 단위들, 색과 형태 그리고 색과 형의 율동에 의해 절제된 명상적 사유공간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화면의 색은 더 이상 대상의 재현이나 분방한 감성의 표출이기를 멈추고, 색 자체가 지닌 고유의 본성과 상징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동양적 색채론, 직접적으로는 인도의 만달라 페인팅에 나타나는 색의 명상성과 상징성에 더욱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전 작업에서 보여 지던 켜켜이 쌓여진 일 방향 종적 다층구조가 시간과 공간을 쫒아 터널 속을 통과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선 터널 속을 빠져 나와 과거와 현재라는 관념적 시간자체가 소멸된 채 관자가 동일한 거리에서 제시간성을 응시한다는 점 역시 두드러진 차이라 하겠습니다.

 

이상은의 이번 작업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기본적 회화요소, 색과 형태는 그 특유의 울림을 통해 비재현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또한 환각적이고, 상징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차원의 가시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색 아크릴이라는 재질과 그의 작품 의도가 완결된 형태로 결합된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또 다른 작업을 가슴 설레며 기다려 봅니다.

 

 

 

2000년 11월 큐레이터 윤재갑